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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편집샵 [서영채의 인 / 문학 현장]괴물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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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4-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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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편집샵 1.
현재 우리 삶의 기본 원리는 공리주의이다. 공리주의라는 말 뜻은 공리라는 발음 때문에 종종 오해되곤 한다. 흡사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리(功利)라는 말은 쓸모(utility)의 옛날식 번역어로서, 그것을 추구하는 힘으로서의 공리주의란 쓸모주의, 소용주의, 유용성주의라고 해야 말의 본래 뜻과 부합한다.
공리주의 시대 부모는 어린 자식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쓸모란 공동체나 사회를 전제해야 성립하는 개념이다. 자기 자신에게가 아니라 남들에게 유용해야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 그래야 직업을 얻고 사업을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된다면 훌륭한 일이다. 우리 시대 부모의 또 다른 훈육훈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들킬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혹은 들킬 수밖에 없으니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기도 하다. 거짓말은 개인의 신용에 치명적이다. 신용 없는 사람은 사회 생활이 어려워지고 결국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이런 수준에서 본다면, 공리주의의 공리가 ‘공공의 이익’(公利)과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게 된다.
공리주의 이념이 작동을 멈추는 지점이 있다. 욕망이나 의지가 사람의 목숨과 관련되어 있을 때가 그렇다. 전쟁이 대표적이다. 공리주의는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의 증진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전제되어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삶이다. 전쟁이라는 수단은 사람들의 고통과 목숨의 투입을 필요로 하며 생명의 소멸을 초래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윤리가 한계에 도달하는 지점이다.
목숨을 바친다 하더라도,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에서는 숭고감이 만들어진다. 이들의 행위는 공리주의 바깥에 있는 것으로서, 좋든 나쁘든 경외심을 자아낸다. 그런데 자기의 행복과 이익 추구에 목숨을 건다면, 게다가 자기 자신의 편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하게 한다면 어떨까. 전쟁에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것은 자기 모순으로 파열하는 공리주의, 일그러진 괴물의 형상이다. 속물과 바보 너머의 괴물.
2.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침공을 계기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광인 모드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그로테스크한 괴물을 본다. 그의 허풍과 속물 근성이 한 개인의 차원이라면 웃고 말 일이다. 그러나 그의 변덕스러운 말 한마디에 국제유가와 환율이 춤을 추고 세계 경제가 출렁인다. 미군 통수권자로서의 결정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간다. 한 달 넘게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는, 6척의 크루즈선을 포함해 2000척이 넘는 배들의 신음이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온다.
휴전 후에도 여전히 진행되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베이루트에서는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인 황지우가 베이루트의 참상에 대해, “통곡의 벽 안쪽은 그 벽 밖의 통곡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라고 썼던 것은 이미 1980년대의 일인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베이루트는 폭격을 당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역 깡패 노릇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때 서방 세계의 맹주이자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은 이제 노골적인 국제 깡패가 되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나. 사업가 트럼프는 어쩌다 이런 괴물이 되었나.
까닭은 자명해 보인다. 속물 사업가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절대반지를 지니게 되었다는 점, 세계 최강 군사력과 행정 권한을 자기 이익을 위해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다. 미네소타에서는 시민 두 사람이 연방정부 공권력에 의해 공개적으로 사살당했다. 국민 주권이 처형당한 것과 다름없는데도 아직까지 제재가 없다. 또한 타국의 침략과 내정간섭의 배제를 원칙으로 하는 국가 주권의 원칙은 우리 시대의 국제적 자연법에 해당한다. 이란 내부에서 벌어진 시민 학살은 끔찍한 것이지만 그것은 자기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문제이다. 트럼프가 자국의 안위와 무관한 원거리 전쟁을 감행한 것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것일 뿐 아니라 국제적 자연법 원리에 대한 전면적 파괴 행위다.
절대반지의 오용 결과는 현재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 패권을 얻은 미국은 냉전체제 해체 이후로 명실상부한 유일 패권 국가로 등극해, 도덕적·문화적 헤게모니를 행사해왔다. 트럼프가 노출한 미국의 도덕적 파산은 전쟁 중에도 이미 국제정치 지형의 심각한 변화를 초래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은 이제 세계 경찰이라는 압도적 지위에서 하야함으로써,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들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근대 이후 패권 국가들의 쇠락은, 노동생산성이 금융 자본의 성과를 따라잡지 못할 때 생겨나곤 했다. 거듭되는 전쟁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금융업의 약 기운에 취해 제조업 혁신이 중단된 것은 영국의 경우였다. 1945년 이후 이제 80년이 넘어가고 있는 미국 패권의 성세도 유사한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앞에 펼쳐지는 트럼프의 광인 모드는 미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증상에 해당한다. 속물과 바보가 겹쳐질 때 괴물은 탄생한다. 배타적 이익 추구의 속물성이 유권자들의 맹목성과 결합할 때 괴물은 이미 잉태되어 있었다.
3.
우리가 트럼프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그를 선출한 미국 시민들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우리 역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인 까닭이다. 대통령의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라고 미국 체제를 경멸할 수는 있겠다. 윤석열이나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해서 경멸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투표 결과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은 주권자로서의 국민 전체가 져야 한다. 우리가 미국의 레짐을 경멸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 신기해하지 않아도 된다. 속물과 바보가 겹쳐졌을 때 탄생하는 괴물의 모습과 그에 맞섬으로써 만들어졌던 민주주의 회복력을, 우리는 이미 확인하고 실현한 사람들이다.
속물과 바보는 공리주의 세계의 두 극점에 해당한다. 둘은 각각 이익/지혜와 무지성/올바름을 대표한다. 속물은 자기 이익을 향해, 바보는 그 반대를 향해 가는 것이 기본 속성이다. 이익이 무엇인지를 아는 속물은 영리하고 계산이 빠르다. 우직한 바보는 가슴이 뜨거운 형용사형 인간인 반면, 속물은 각잡기를 좋아하는 명사형 인간이다. 바보가 전사의 심장을 지닌 존재들이라면, 속물의 전형은 차가운 머리를 지닌 합리적인 사업가이다.
속물도 바보도 단순할 수는 없다. 속물은 최소 세 종류가 있다. 자신의 본성을 위장하는 위선적 속물, 감추려 하지 않는 노골적 속물, 자기 본성을 깨닫고 절제하려 하는 현명한 속물.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속물은 지혜로운 현인으로 고양된다. 바보도 최소 세 종류를 상정할 수 있다. 단순한 바보, 자기의식을 지닌 바보, 자기 본성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길을 회피하지 않는 바보. 세 번째 단계의 바보는 거룩한 존재, 성자가 된다.
현인과 성자는 속물과 바보의 반면들이다. 자기 본성에 대한 응시를 통해 세상의 허실을 터득한 현인은 자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것이 좀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세상의 이치를 아는 현인-속물은 사람들과 공동체의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
이익의 반대편을 향해, 손해와 고통과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거룩함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 예수가 그 상징의 정점에 있으나, 그의 이름을 참칭하는 사기꾼들과 충동의 윤리를 오인하는 광인들이 세상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고 있는 형국이다.
궁극적인 단계에 도달하면 바보-성자와 속물-현인은 한 몸이 되지만, 낮은 단계에서 결합하는 속물의 영혼과 바보의 몸은 다양한 괴물 탄생의 묘판이 된다. 이익의 축적으로 막아낼 수 없는 공허와 불안이 속물과 바보를 괴물로 만든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에게서 보듯이, 힘을 가진 괴물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은 세계의 행복에 치명적이다. 우리 시대 윤리 기준의 최종 보스는 사람의 목숨이다. 까닭없이 그것을 빼앗겠다고 덤비면 어떤 도덕률도 이념도 감당할 수 없다. 나라 안팎에서 다양하게 출현하는 괴물의 모습을 목격하는 나날들이다. 바라건대,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하루바삐 평화가 오기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가 아닌 끊어진 철도·도로를 다시 잇고, 개성공단에 불을 밝히는 ‘평화적 두 국가’ 상태가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경기 파주 도라산역에서 개최된 ‘비무장지대(DMZ) 평화 이음 열차’ 운행 재개 기념식의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우리가 먼저 북측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화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시기 개성공단에서 따로 살면서도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웠다”라며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공동 이익을 창출하는 ‘평화적 두 국가’ 상태를 이미 경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변화된 국제정세와 그리고 남과 북의 국익에 맞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관계를 충분히 정립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오늘 도라산역에 멈춘 열차가 다시 금단의 선을 거침없이 통과해 개성과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길이 열리길 염원한다”라며 “철도가 다시 남과 북을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이웃’으로 이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도라산역은 단절의 끝이 아닌 연결의 시작점”이라며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닌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 되는 그날까지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서울역과 파주 민간인통제선 내 도라산역을 오가는 열차가 ‘DMZ 평화 이음 열차’라는 이름으로 이날 6년 6개월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이는 서울역, 운정역, 임진강역, 도라산역 구간을 지나는 관광 열차다. 도라산역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의선 복원 합의에 따라 2002년 4월 신설됐다. 남측의 최북단에 있는 역이자 북측을 잇는 출발점이 되는 역이다. 2007~2008년 도라산역과 북측의 판문역 사이에서 화물 열차가 운행된 적도 있다.
이날 정 장관과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홍지선 국토교통부 2차관, 김경일 파주시장, 김태승 코레일 사장, 명계남 황해도지사 등이 서울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도라산역으로 이동했다. 추미애·박정·김영배·이용선·이재강·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함께 탔다.
탁월한 연설가인 노무현의 역사적 연설 중 하나는 2002년 울산지역 국민경선 연설이다. 그는 처절하게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기억을 공유하는 지역민과 자신을 묶어 하나의 ‘기억의 공동체’로 호명했다.
“저와 같은 뜻을 가지고, 울산에 야당을 건설하자 울산에 민주정당을 건설하자는 충정 하나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죽어가고 패가망신한 많은 가슴 아픈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그 동지들 지금 이 자리에 계시잖습니까.” 노무현은 울산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노무현 돌풍’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강고하게 닫힌 철벽같은 마음에 균열을 내는 건 그 장벽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간절하게 쌓아 올린 ‘대항적 기억’이다.
권력은 그 위험성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비주류의 기억을 고립시키려 한다. 1946년 10월 대구항쟁은 ‘좌파가 사주한 폭동’으로 취급됐고, 팔공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는 2·18대구지하철화재참사의 흔적이 철저히 표백돼 있다. 그렇게 과거 ‘조선의 모스크바’라 불렸던 도시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 됐다. 별명의 변화만으로도 굴곡진 현대사의 험난함과 기억을 짓누르는 하방 압력의 무게를 짐작할 만하다.
그랬던 대구가 움직이고 있다. 김부겸은 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에 다시 도전한다. 그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의 서사에 밀려난 대항적 기억, 배신당한 기억을 언급했다. “공천 주는 중앙당만 쳐다보면 되니까 대구시민을 거수기 취급했습니다. 말로만 보수의 심장입니다. 심장이 꺼져가는데 어디 청심환 하나 구해온 적 있어요?”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른 대구의 선택을 전국이 지켜볼 것이다.
끝까지 속단할 수 없는 것이 선거라지만, 김부겸의 행보로 대구에 ‘이번엔 다르다’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단순히 사람 하나 바꾸겠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단한 보수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던, 억압당하고 배제된 무수한 기억과 목소리가 그 바람에 실려 있다. 애초에 노무현 돌풍이 노무현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었듯, 대구 민심의 변화도 김부겸 개인이 아니라 내란에 저항한 시민들이 만든 것이다.
12·3의 여진은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 변화는 기존의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수의 심장은 늙어 죽을 것이다.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 예언에 가까운 선언은 그간 성벽에 힘껏 부딪쳐온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이미 새로운 대항적 기억을 형성했다. 다른 기억이 틈입한 공동체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을 수 없다. 그렇게 정치의 토대가 되는 사회가 변한다. 김부겸도 이에 응답했다. “이제 우리 시민 스스로가 대구의 대변혁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제가 클 때 대구는 저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자부심을 우리 아들딸들도 느끼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지의 진동은 보수의 성벽에 커다란 균열을 내고 있다. 그 틈새 사이로, 12·3의 새로운 기억이 다른 목소리를 부르고 있다. 지난 4월8일 성소수자 커플 임아현·최진아는 동성 간 결혼을 수리할 수 없다는 대구 남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에 불복신청을 했다. 대구의 딸들은 정치의 한계를 넘어 더 멀리 나아가 사회를 그 근저에서부터 바꾼다. “이미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은 우리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제도만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가 현실에 맞게 한 걸음 따라와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평범하게 살게 해주세요.”
같은 날 울산·부산에서도 각 한 쌍의 동성부부가 혼인평등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야말로 내란을 막고 광장을 지킨, 한국 사회의 당당한 시민이다. 김부겸의 호소는 여기까지 닿아야 한다. 벽을 두드리는 용감한 목소리가 참담한 좌절의 기억으로 남는 일을 되풀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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