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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폰테크 ‘계약직으로 시작, 여전히 계약직인 청년’ 34%…일자리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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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6-05-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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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폰테크 첫 직장을 그만둔 한국 청년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 기간이 1년7개월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렵게 취업 문턱을 넘고도 첫 직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청년들의 ‘조기 퇴사’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30일 발표한 ‘청년층 첫 직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첫 직장을 그만둔 청년들의 평균 근속 기간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9.2개월이었던 근속 기간은 지난해 18.4개월까지 단축됐다.
반면, 첫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는 청년들의 근속 기간은 같은 시기 42개월에서 44.7개월로 오히려 늘어났다. 청년의 직장생활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졸업 후 첫 취업까지 1년 이상 소요된 비중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33.0%에 달했다.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이나 ‘중고 신입’을 선호하면서 첫 직장 진입장벽 자체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취업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 중 미취업 기간 1년 이상인 ‘장기 미취업’ 비중은 지난해 22.6%에서 올해 30%로 급증했다.
특히 청년들의 향후 고용 경로를 규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첫 직장의 고용 형태’다.
첫 직장에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입사한 청년 중 현재도 계약직에 머무는 비중은 34.5%에 달했다. 이는 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계약직에 머문 청년(18.7%)의 2배가량인 수치다. 특히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한 청년의 81.3%는 현재도 정규직을 유지했다.
현재 미취업 상태에 놓인 비율 역시 고용 형태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첫 직장에서 계약·임시직이었던 경우 미취업 비중은 42.1%였지만, 정규직이었다가 미취업 상태가 된 경우는 34.0%였다.
시 읽기가 어렵고 두려운 이유는 함축된 의미들을 모두 해석해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걸지도 모릅니다.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시 읽기를 익혀왔기 때문일까요. 사실 대부분의 시집은 ‘시인의 말’이 가장 앞에 등장합니다. 목차보다 먼저 시인의 말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요. 이러한 구성은 시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제공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유서가의 다섯 번째 시집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속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피와 잉크가 섞이는 냄새 속에서/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은 문장의 윤곽이 된다”라는 구절을 통해 송하얀 시인이 어떻게 시를 써내려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를 완벽히 해독하려고 하지말고 시인이 새겨둔 문장의 윤곽을 손 끝으로 더듬으며 읽어나가 보는 거죠.
시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우리가 좀비가 아니라고?>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이 시는 “우리는 난민이 아니지만”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끊임없이 위협받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감각을 드러냅니다. 익숙해진 공포, 무지와 혐오로 가득 찬 문장들이 뒤섞이는 일상을 그려냅니다. 이러한 일상을 견디게 하는 것은 결국 비슷한 감각을 나누는 존재의 온기입니다. “나오지도 않는 울음”을 함께 우는 것처럼 “우리들”은 혼자가 아니니까요. “울음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를 안고 여자 아닌 소녀로 멈추기를 기도”하는 장면에서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연대의 방식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같은 감각을 나누는 존재로서 서로를 붙잡는 방식입니다.
시를 읽는 행위를 왜 ‘낭송하다’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읽다’가 단순히 내용을 파악하는 행위라면, ‘낭송하다’는 시를 자신의 감각으로 통과 시켜 목소리로 발화하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시 속 언어를 받아들이는 건 나의 세계를 감각하기 좋은 방법인 것이죠.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고통과 차별을 밖으로 드러낸 이 시집은 이러한 낭송의 방식과 닮아있습니다. 시 속 문장들은 독자들의 삶을 거치며 각자의 목소리로 읽힐 것입니다. 어떤 문장은 나의 기억과 겹쳐지고, 어떤 문장은 또 다른 이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해됩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통을 시 속 문장으로 적어내려갔지만 이는 자신을 비롯한 또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는 하나의 시집이면서 동시에 여성들이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감정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발화되고, 그 목소리들이 조용히 겹쳐지는 공간이요. 이 시집을 읽는 행위는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은 여성들은 각자의 경험을 꺼내놓고, 서로의 목소리에 기대어 언어를 완성하게 되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교환 독서’를 하기에도 정말 적합한 시집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의 여백을 함께 채워나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공유되는 온기는 우리를 다시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어줄 것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단어로든 이미지로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이미 승리다. 그 자체로 이미 반란이다.”_리베카 솔닛(2015)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병렬독서’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참고로 저는 지독한 병렬독서파인데요. 한 권을 완독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여러 권을 겹쳐 읽을 때 해상도가 선명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병렬독서를 즐기는 편입니다.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와 책을 겹쳐서 보기도 해요. 이번 레터에서는 겹쳐 보기 좋은 책과 전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며 반란을 일으키는 ‘마녀’의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21세기의 마녀사냥이라고 하면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2016년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에 관련된 의사 표현을 한 여성 성우가 교체된 사건입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아래 침묵해 온 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낙인찍어 이들을 마녀라 칭했습니다. 마녀는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붙는 이름이기도 했으니까요. 잘났거나 튀는 여자들은 이상한 여자로 분류되는 일이 잦았던 것처럼요.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은 이러한 마녀의 서사를 다룹니다.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동시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마녀의 이름을 다시 불러냅니다. 여성을 지목하고 축출하는 단어로서의 마녀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정체성으로서 마녀를 규정해 갑니다.
책은 여성 평론가 20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써내려간 비평과 에세이를 모은 앤솔로지입니다. 소설, 시, 드라마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글과 여성의 삶과 노동, 가족, 섹슈얼리티 등을 사유하는 텍스트들이 교차됩니다. 다양한 마녀의 형상을 그리는 ‘마녀를 위한 변론’에서부터 여성의 광기를 다룬 ‘미친년들의 이야기’, 가정 내 여성의 서사를 탐색한 ‘집안의 마녀들’, 다채로운 여성 서사에 대한 ‘반란의 정치’까지. 2026년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 담론과 동시대 평론가들의 여성적 글쓰기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페미니즘의 언어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개인적인 층위로 옮기는 시선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자의 내장에 대해 말하기”라는 부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동안 꺼내지 못한 여성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내장을 밖으로 꺼내는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페미니즘이 더이상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어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시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는 사진작가 박영숙의 별세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입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박영숙 작가의 작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옷을 풀어 헤친 채 웃고 있는 여성, 베개를 안고 허공을 보고 있는 여성. 이성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된 사회 안에서, 사진 속 여성들은 정상성의 바깥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사회가 붙인 이름대로라면, 이들은 미친년이거나 마녀인 것이죠. 박영숙은 “특정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규정된 역할과 책임을 강요하는 관습”에 부당함을 느꼈고, 이들의 이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마녀라고 낙인찍는다면 기꺼이 마녀가 되는 것을 택한다는 선언인 것이죠. “여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한 박영숙의 작업은 여성들에게 언어를 부여하고 그들이 대상이 아닌 주체로 존재하게 했습니다.
3층에 있는 흑백 콜라주 작품 <마녀> 하단에는 “중세, ‘마녀사냥’에 충격받아 페미니스트 되다”라는 손글씨가 적혀있는데요. 박영숙 작가는 마녀사냥의 역사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바라본 뒤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해나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작업이 1960년에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박영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녀라는 이름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뒤집는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실낱같은 빛 덕분에 살아온 여성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이자 헌사”이기도 한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은 이러한 선행 작업 위에서 더 다양한 마녀의 형상을 펼쳐보입니다. 박영숙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비슷한 상황 위에 서 있기 때문 아닐까요.
미·이란 전쟁 보도가 매일같이 이어지는 지금,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죽음에 얼마나 귀기울이고 있을까요. 지금도 이란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죽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죽음들은 우리에게 와닿지 못하기도 하고, 쉽게 잊히기도 합니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이러한 망각에 저항하고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힌드의 목소리>입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채 차량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6세 소녀 힌드 라자브 하마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힌드가 적신월사 응급콜센터와 나눈 통화 내용 녹음본이 영화에 그대로 삽입되었습니다. 영화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실제 목소리입니다” 등의 자막으로 이런 사실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감독은 힌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무력감과 압도적인 슬픔을 느꼈고, 이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쟁 영화는 참혹한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면서 고통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힌드의 목소리>는 이런 공식을 거부합니다. 자극적인 장면 대신 한 소녀의 목소리로 전쟁의 비극을 들려줍니다. 카메라의 시선은 오직 적신월사 응급콜센터 내에서만 머무릅니다. 힌드를 구조하기 위해 애를 쓰는 직원들과 힌드의 실제 목소리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자 북부 구조대에서 힌드가 위치한 주유소까지는 약 8분 거리. 8분이면 구급차를 보낼 수 있지만 안전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조정을 기다려야 합니다.
‘행복한 아이들’ 유치원에 다니는 6살 힌드는 전쟁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습니다. 탱크가 옆을 지나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가족들이 힘들어서 자고 있는 거라고 위로하는 구조대원에게도 “다들 죽었어요.”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어른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지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언제 도착해요?”라고 계속해서 묻기만 합니다. 제발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힌드의 처절한 외침이 이어지는 동안 직원들은 이 목소리를 듣고만 있을 뿐, 그 무엇도 하지 못해 무력함을 느낍니다. 총소리가 들려도 해줄 수 있는 건 코란 암송을 암송하는 일, 아이를 달래기 위한 질문을 쏟는 것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무력한 기다림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 모든 고통은 안전한 장소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출동 허가가 떨어졌지만, 구조대원들은 끝내 힌드에게 닿을 수 없었습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결말을 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구조대원들과 힌드의 사진, 차의 잔해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바다를 좋아했던 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습니다. 힌드가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라 전쟁을 견뎌낸 아이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폭탄 테러를 막지 못한다. 하지만 진실이 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는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힌드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자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카 마리 작가는 저서 <가자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가자지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망각이 다음 학살을 준비한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인용했습니다. 이 문장은 광주 항쟁을 기록한 책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에서 인용된 문부식씨의 말인데요. 지금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가자’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미·이란전쟁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현재, 가자지구에서의 학살과 유사한 형태의 반인권적 전쟁 학살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힌드의 목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유료 관람객 1인당 129원을 국제구호단체 적신월사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기부 금액 129원은 힌드가 사망한 1월 29일을 뜻하며, 힌드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영화를 본 뒤, 끝나지 않는 전쟁과 반복되는 학살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벽돌책’의 개념을 다시 써야 할 것 같은 두께. 완독한 것만으로도 올해의 업적 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사실 입주자분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가 번역을 기다렸던 책이기도 합니다. 50년가량의 시차가 존재하는데도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또 어떤 맥락으로 읽어나가야 할까요.
클라우스 테벨라이트가 <남성 판타지>를 쓰게 된 계기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조금 더 다가가기 쉬울 것 같은데요. 테벨라이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군인 남성이었습니다. 전쟁과 학살에 직접 종사한 적은 없어도 국가에 대한 복종, 의무, 충성을 중시한 파시스트였습니다. 그는 제대로 소통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의 남성성에 대해 성찰하고, 자기 내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모순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테벨라이트는 자유군단 군인의 자서전, 소설, 편지 등의 텍스트를 분석해 나갑니다. 나치즘의 핵심 세포가 된 자유군단은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회주의 혁명을 진압한 군인들이기도 합니다. 테벨라이트는 자유군단에서 나치로 이어지는 남성 폭력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어떻게 폭력이 몸에 새겨져 작동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요. 질서가 무너진 세계에서 군인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갑옷을 다시 꺼내 입습니다.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몸을 기계화하고 살인 욕구를 수긍하며 “군인 남성 특유의 육체성”을 만들어갑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책이 파시즘과 파시스트 남성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이었습니다. “파시즘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파시즘은 현실을 생산하는 파괴적 방식”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파시즘은 특정한 사상을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파시즘을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기존 도서들은 파시즘을 정치적 지배 체계로만 파악했습니다. <남성 판타지>는 타 연구와 달리 개인의 육체 구조와 신체적 감각에서 문제점을 파악합니다. 그들의 정서가 어떻게 표출되는지, 그들의 증오 감정, 그들의 분노, 그들의 기쁨과 두려움이 어떻게 분출되는지를 살핍니다.
테벨라이트는 자유군단 군인을 문제가 있는 하나의 개인으로 치환하지 않습니다. “파시스트 남성이라는 존재가 고립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남성적 유럽적 자아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난 현상으로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정치, 사회, 이념이 그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폭력을 내면의 차원에서 형성된 문제로 바라봅니다. 폭력 말고 타인과 관계맺는 다른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세계와 접속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남성 자아는 여성을 무해한 이미지와 남성성을 위협하는 이미지로 나눕니다. 이들에게 위협적인 여성은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되고, 좋은 여성 역시 비생명화되고 물화되지요. “남성 자신의 무의식과 욕망 생산 안에 들어 있는 여성성”도 마찬가지로 무찔러야 하는 대상이고요. 이러한 여성성에 대한 공포와 자아의 해체, 분열을 막기 위한 몸부림은 폭력성을 지닌 파시즘으로 이어집니다.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들어간 환상을 지키려 폭력을 일삼습니다. 파시즘이 백색 테러이자 인종 말살, 여성 혐오로 이어졌다는 것도 예시와 함께 보여줍니다.
<남성 판타지>가 2018년에도, 2026년에도 새로운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2018년에 작성된 저자의 후기가 있습니다. 테벨라이트는 독일의 뉴라이트(새로운 극우파)에 주목합니다. 이들을 두고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풍경이라고 표현하고, 자유군단과 나치를 연상시키게 한다고도 말합니다.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남성 테러리즘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출산 능력을 지닌 여성 육체에 대한 깊은 증오감”과 노골적인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몸집을 키워나갑니다. 민주주의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초기 인터넷의 낙관론이 지나간 뒤, “인터넷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한 것은 우익 포퓰리즘”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남성 판타지>가 주목받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되는 ‘이대남’ 극우화 현상 역시 이런 맥락 속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반공주의나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드러내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한 혐오를 발산합니다.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여성’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지만, 그 분노는 약한 위치에 놓인 존재에게 표출됩니다. 집단으로 고립된 채 존재하던 과거와 달리 이들의 증오감은 인터넷을 통해 더 멀리 퍼져나갑니다.
현상 너머의 구조를 바라보는 방법은 고전 도서에 있기도 합니다. 파시즘의 탄생과 나치즘의 발전,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남성 극우화 현상에 주목하고 싶다면 <남성 판타지>에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퀴어 전시가 열렸습니다. 무려 74명의 작가가 참여한 규모의 전시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은 단일한 이미지의 정체성이 아니라 각기 다른 퀴어성이 교차하는 흐름을 담아냅니다. 스펙트럼처럼 퍼져 있는 다양성, 다양성을 기반으로 출발한 작업물들이 모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퀴어들이 어떻게 버텨내고 존재해왔는지 이야기하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의 첫 번째 파트인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김초엽 작가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모티브로 합니다. 한 몸에 존재하는 두 인격체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발생하는 충돌의 감각을 그린 소설처럼 참여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퀴어함을 받아들이고 사회와 공존하고자 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전시장의 풍경과는 달리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은 아트선재센터 전체를 전시 공간으로 확장해갑니다. 극장과 무대, 복도와 화장실 같은 미술관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 밖에서 움직이는 삶의 형태를 드러냅니다. 관객은 직접 무대 계단을 올라가 작품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작은 소리가 흘러나오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낯설고도 익숙한 언어를 느끼게 됩니다.
정상성의 의미를 탈바꿈하는 작업물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붉은 조명 아래 재생되는 <댄싱머신>과 <이 영상은 수어 통역 영상이 아닙니다>는 진동으로 음악을 느끼는 농인 퀴어의 삶을 보여주고 보조 수단으로 취급되어 온 수어 통역을 독립적인 언어로 인지하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익숙하게 생각해온 ‘듣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민윤 작가의 <캐릭터 친구들 구상>은 성평등, 성소수자 소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동화책을 모아 자신만의 색을 덧입힌 작업물입니다. 색종이나 색연필을 활용해 지워진 맥락을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내고 빈 자리를 채워나갑니다.
3층에서는 전시의 두 번째 파트인 ‘텐더 : 언제든, 어디에서든’이 이어집니다. 종로 영화관, 이태원 등 서울 일대의 퀴어적 장소성을 드러내는 작품이 펼쳐집니다. 1990년대 중반 홍콩의 퀴어-페미니즘을 기록한 앤슨 막 작가의 <같지만 다른>, 자신의 개인적 서사와 한국 사회 속 소수자들의 연대를 다룬 이반지하 작가의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살아있다는 것 2025>처럼 기억을 되짚으며 퀴어의 과거와 현재를 주목해가기도 갑니다.
이 전시는 퀴어 작업을 모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퀴어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짚어갑니다. 74명의 작가를 한 번에 보여주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목소리를 강력하게 표출해내기도 하고요. ‘퀴어 미술은 어떠하다’라고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빛의 스펙트럼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도 더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이어집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퀴어의 다채로운 얼굴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 최민서 인턴기자 minseo_0210@khan.kr
이주배경청소년 분야의 권위자인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사진)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이주배경청소년의 한국 정착을 위해선 체류 안정성을 보장하고 한국어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본부장은 경향신문과 삼성이 펼치고 있는 <희망이음 - 함께하는 내일> 공동 캠페인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다음은 양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이주배경청소년 개념이 생소하다.
“처음엔 ‘국제결혼가정 자녀’라는 표현을 썼다. 차별을 부추긴다고 해서 ‘다문화청소년’이란 용어로 바꿨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자 현장에선 법에 따라 지원받는 청소년이냐, 아니냐로 구분했다. 이후 결혼이주여성이 본국에 있는 자식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을 ‘중도입국청소년’이라고 불렀다. 용어 혼란이 발생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이들 전부를 통틀어 ‘이주배경청소년’이라고 부르기로 정리했다.”
- 이주배경청소년 지원에 반발이 있다.
“국내에서 태어난 다문화청소년 지원에 대해선 이제 큰 반발이 없다. 외국 국적자 지원엔 의문이 있다. 주된 비판은 ‘곧 자기 나라로 돌아갈 애들인데 왜 우리 세금으로 도와줘야 하느냐’다. 하지만 실태조사에서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높다.”
- 이들을 왜 도와야 하는가.
“정착을 원하는 이주배경청소년을 방치하면 사회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이주배경청소년에게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서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면 저출생 시대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친구들을 지원해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외국인 가족이 빠져나가면 도시 자체가 소멸하는 지역도 있다.”
-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체류 자격이다. 체류 안정성이 있어야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진로를 계획할 수 있다. 법무부도 과거엔 ‘관리해서 내보낸다’라는 기조였다면, 지금은 이들의 정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다.”
- 우리말 교육도 중요해 보인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한국에 정착할 수 없다. 결국 적응에 성공하는 아이들은 한국어를 잘한다. 이들이 언어와 문화를 습득해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공교육밖에 없다.”
- 이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다.
“결국 이주배경청소년 전체를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선 외국 국적자를 차별 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다문화청소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하면 ‘외국인가족 자녀’는 지원 대상이 아니니까 소극적으로 움직인다.”
- 기존 다문화청소년 지원도 소홀하면 안 되겠다.
“많은 사람이 이제 다문화청소년은 한국 국적자이고 소통이 완전히 안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정책이 축소됐다고 본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덜 받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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