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강하지 않아도 ‘이렇게 훌륭한 아이’ 키라라…“좋은 도망 떠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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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 <키라라 단독 콘서트: 봤지 얘들아 나 이렇게 훌륭한 아이야>. 키라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음악가이자, 오픈리 트랜스젠더 여성(성 정체성을 공개한 성소수자)이다. 그런데 이날 공연에는 그의 공연 서두를 장식했던 “키라라는 예쁘고 강합니다”는 문구가 사라졌다. 이날 무대에 선 것은 어떤 수식도 붙지 않은, 그저 ‘키라라’였다.
키라라는 100여 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15곡의 음악과 이에 맞는 수십 편의 영상을 선보였다. 연주가 끊김없이 이어지면서 몇 곡인지 정확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연의 백미는 그의 대표곡 ‘위시’가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키라라는 ‘위시’를 시작하기 전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위시’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 많이 따라불러주시고 즐겨주세요.” 정규 3집 <사라>에 수록된 ‘위시’에는 더는 성소수자 친구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키라라의 희망이 담겼다. 관객들은 힘차게 전자음을 따라부르다가도 눈물을 흘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춤을 췄다.
공연 제목은 키라라의 소속사 ‘까미뮤직’의 이기정 대표가 그에게 한 말을 토대로 했다. “넌 보여줘야해. 봤지 얘들아 나 이렇게 훌륭한 아이야 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줘야한단 말이다!” 공연이 마무리되자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훌륭해” “멋있어” “사랑해”등의 환호성을 보냈다.
키라라의 음악은 몽환적인 엠비언트부터 전자음악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비트의 덥스텝, 테크노까지 수많은 장르를 아우른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대안적 전자음악’이라고 소개해왔다. 그는 지난 13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는 나 자신도, 내 음악도 정의하고 싶지 않다”며 “이제는 ‘예쁘고 강한 음악’이라는 말도, ‘울면서 춤추는 음악’이라는 말도 제 음악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여러분들이 정의해주는 것 모두 키라라다. 그저 키라라다운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1일 공연에서 “키라라는 예쁘고 강합니다”라는 기존 오프닝 문구 대신 “키라라는 키라라다”라고 한 것을 두고는 “저는 더 이상 예뻐지고 싶지도, 강해지고 싶지도 않다. 이제는 그저 떠 있는 부표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키라라는 지난 2월 열린 제23회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정규 5집 <키라라>로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았다. 키라라는 당시 수상소감으로 “그때는 말하지 못했는데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가 만든 음악이 올해의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았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수상소감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며 그의 음악보다 정체성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키라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와 이메일의 양으로 사랑을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건 사랑이 아닌 다른 감정들, 뒤틀린 사랑까지 받아야 하는 무서운 일 같다. 그저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얼마나 얕았는지 되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음악이 아닌 정체성으로 먼저 소비되는 순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정체성이) 다뤄지든 모두 불편한 기분이 든다”며 “이제 제가 저의 젠더를 사랑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키라라는 올해 ‘아시아 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등 아시아와 유럽 곳곳의 굵직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는 “지금 저를 움직이는 것은 좋은 도망을 떠나겠다는 열망”이라며 “앞으로의 작업은 키라라를 세우는 작업이 아닌 해체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 앞에 어떤 수식도 덧붙이지 않은 그는 다시 무대에 선다. 그곳에서 키라라는 여전히, 키라라일 것이다.
2014년 8월 무더운 날씨에 거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일하던 스물셋 청년 하청노동자가 쓰러졌다. 엎드린 상태로 발견된 청년의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고,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이었다. 원청 정규직을 꿈꾸며 고된 노동을 하던 청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금속노조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류현철 경남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사망 현장을 찾고 동료들도 만나 조각난 퍼즐을 맞춰나갔다. 완성된 퍼즐은 청년이 열사병으로 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구토를 하면서 기도가 막혀 사망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제시한 소견이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청년의 돌연사는 산재로 인정됐다.
한파경보가 내려진 2020년 12월20일 이주노동자 속헹이 경기도 포천에 있는 비닐하우스 안 기숙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동사가 아닌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식도정맥류 파열)이었다. 류 전문의는 식도정맥류 파열이 추위에 노출될 경우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점 등을 들어 개인 질병이 아닌 업무상 질병이라는 소견을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2년 5월2일 속헹의 돌연사를 산재로 인정했다.
취약 노동자의 죽음과 직업환경의 관계를 파헤치던 의사가 지난해 11월 이재명 정부에서 차관급으로 승격된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에 임명됐다. 의사 가운을 벗고 안전보건 행정의 키를 잡은 행정가가 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류 본부장의 ‘첫 성적표’가 나왔다. 성적표엔 지난해 연간 산재 사고사망자가 605명으로 전년보다 16명 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6월 집권한 이재명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만난 류 본부장은 “올해 1분기에는 사고사망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며 “이재명 정부가 산재 예방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단기적 증감은 있겠지만 큰 틀에선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류 본부장은 안전과 건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힘이 없어 더 큰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안전보건에 대한 배타적 옹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과 건강만큼은 다른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용과 생산성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안전보건 행정, 안전보건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온 노사관계 관행과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류 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 흐름이 어떤 정부하에서도 지속되려면 노사정 합의를 거쳐 산재 예방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가 전년보다 16명 늘었다는 통계가 지난달 말 발표됐습니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예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한국 사회에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문제시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기업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했을 수 있죠. 새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사고사망자가 전년 동기보다 24명(17.5%) 감소했는데요. 이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사망사고 재해 같은 후행 지표뿐 아니라 다양한 선행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업이 얼마나 산재 예방에 투자하는지, 정부의 산재 예방 지원사업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 등 정책 효과를 가늠할 선행 지표가 필요합니다. 이런 지표가 없다 보니 모호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어 산재의 증감을 건설경기로 설명을 하는 면이 있습니다. 산재가 늘면 건설경기가 좋아 공사가 많아졌기 때문이고, 산재가 줄면 건설경기가 나빠 건설업의 안전보건 투자가 줄어서 그렇다는 식입니다. 한국이 데이터가 적은 나라는 아니에요. 고용보험, 건강보험 데이터 등이 산재 예방 정책 중심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후행 지표인 산재보험 사망자 통계에도 어선원, 농업인 등의 죽음은 빠져 있는데요. 통계로 드러나지 않으면 사회적 관심이 줄고, 행정 목표로도 잡히지 않습니다.”
-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 예방은 ‘채찍’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 단계에서 묘안은 없지만 철학과 방향은 있습니다. 우선 정책적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작은 사업장을 지원하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 수 있을지, 그렇다면 정부·지방자치단체·원청기업 중 누가 지원할지 등을 판단하지 못해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이 방치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정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길목도 잡아야 합니다. 작은 사업장 사용자는 중대재해법이 무서운 건 알지만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의무가 뭔지 잘 모릅니다. 감독관이 일일이 다 다니며 알릴 순 없기 때문에 조합, 업종별 연합회 등 다양한 경로를 찾아야 합니다.”
- 소규업 사업장 산재 예방 사업이 파편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안전보건 체계 컨설팅, 상시 패트롤, 안전한 일터 지킴이, 근로자건강센터, 클린사업장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이 파편화된 채 운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토털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위험성 평가에서부터 안전관리, 보건관리, 작업환경 개선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윤석열 정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와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인 ‘위험성 평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노사가 스스로 위험을 발굴하자는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당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와 맞물리는 바람에 약한 규제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졌습니다.
“자기규율과 위험성 평가는 여전히 유효해요. 위험성 평가가 2013년 도입될 당시에는 산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전제로 노사가 스스로 위험관리 방법을 찾아가도록 하는 제도 취지를 감독당국이나 노사 모두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법령에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제 리스트를 제공하고 이를 지키면 사업주 의무를 면해주는 산안법 체계하에서는 위험성 평가는 형식적 보고서를 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사용자의 안전보건 확보 방법으로 위험성 평가를 제시하면서 뒤늦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노사 스스로 위험 드러내게 한 후개선 충고·작업정지·사법처리…사업장 위험성 평가 안착하려면행정은 유연하게 강도 높여가야
안전성 논란 배달 앱 알고리즘플랫폼 기업에 공개 요구 어려워규제보다 공동협약 등이 적절
성과급제가 시급제보다 안전 위험이동 노동자 임금체계 논의 필요
이주노동자 위험한 조건 처할 땐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 검토돼야
산재 사망, 올해 1분기 17.5% 줄어감소 흐름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
- 위험성 평가가 본래 취지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험성 평가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현행 법제도에서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요. 위험관리 실패는 엄중하게 처벌하되 노사가 스스로 위험을 드러내는 것은 권장해야 합니다. 우선 위험을 드러내게 한 뒤 당국이 개선 방향을 충고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개선명령, 작업중지, 사법처리 등의 순으로 강도를 높이는 유연한 행정이 필요해요. 위험성 평가의 핵심은 노동자 참여 확대인 만큼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동자를 불러 위험을 이해했는지 물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 지난달 20일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경우 사업장에서 위험성 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나요.
“아직 수사 결과를 받진 못했는데요. 다만 공장 내 기름이 가득해 바닥이 미끄러울 정도였고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재가 있었다는 진술을 감안할 때 안전보건 문제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로 보여요. 소방당국과 안전보건당국이 서로 정보를 교환해 예측하고 현장 방문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통계를 보면 노동자는 전년보다 사망자가 5명 증가한 반면 화물노동자·배달라이더 등 노무제공자는 36명이나 증가했다. 노무제공자 산재 예방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산안법엔 구멍이 뚫려 있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한 14개 직종에 해당(1단계)해야 하고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로 제공한다’는 전속성 요건도 충족(2단계)해야 노무제공자에게 산안법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복수의 앱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배달라이더·대리기사 등은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1·2단계 허들을 넘는다 해도 산안법 전체 조항 중 77·78조만 적용된다.
- 전속성 요건 폐지 등 산안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무제공자 사망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개정된 산안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노무제공자도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산안법상 노동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에게 적용되는 안전보건 조치는 매우 제한적이에요. 그나마도 적용이 되려면 특정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노무제공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미비는 사법처리가 아닌 과태료 처분 대상일 뿐이지만 책임의 주체, 다시 말해 처분 대상을 특정하기 위해 전속성 요건을 없애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 틀에서는 진전이 쉽지 않아요. 산안법 전부 개정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단순히 산안법이 적용되는 노무제공자 직종을 현행 14개보다 늘리고 적용 조항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산안법 규율 방식 전반을 개선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 숨진 노무제공자를 보면 화물노동자·배달라이더 등 이동노동자 비중이 큰데요. 화물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운임제가 올해 초 부활했지만 배달라이더에겐 안전 보장을 위한 최저보수제가 없습니다.
“안전보건 관점에서 시간급제보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성과급제가 훨씬 더 위험해요. 성과급제가 위험을 감수하도록 내몰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저보수제 도입은 노무제공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을지, 적정 최저보수를 어떻게 정할지 등 민감하고 첨예한 쟁점이 맞물려 있어요. 임금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할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최근 일정 시간 내 할당량을 채우면 보너스를 주는 방식의 배달앱 알고리즘이 배달라이더 산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노동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는데요. 현재 구상하고 있는 알고리즘 규제 방안이 있나요.
“알고리즘 자체를 공개하라는 것은 과한 요구가 될 수 있습니다. 대신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을 변화시킬 때 노무제공자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게 하거나 알고리즘을 짤 때 안전이 어느 정도 가중치로 반영되는지 확인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당장 규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공동협약 방식으로 차근차근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 최근 새벽배송·야간노동 규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서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현행 근로기준법상 야간노동에 대한 실질적 제한 규정이 없어요. 만약 근기법으로 규제한다 해도 야간노동을 하는 택배기사는 근기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규제 대상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건강권 측면에서 봐야 하는데요. 의학적으로 야간노동은 건강, 안전에 분명한 악영향이 있기 때문에 야간노동이 안전보건 행정의 관리 대상으로 편입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현재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규제 논의가 진행 중인데 합의가 도출되면 그걸 바탕으로 정부가 제시할 방안을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도 제조·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산재 예방 대책이 나오긴 했는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을 푸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주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위험한 조건이라면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전면적 노동 이동권 확보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입니다. 아울러 이주노동자 사망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점도 문제인데요. 국가인권위원회가 2024년 공개한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 참여했는데 2022년 숨진 이주노동자 3340명 중 행정시스템에 사망 정황이 남은 이들은 약 6%에 불과했어요. 원인 규명도 해보고 보상을 받도록 하고 예를 갖춘 장례까지 하는 경우는 극소수인 셈입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숨진 베트남 청년 이주노동자 뚜안씨와 유족의 귀향을 지원하는 예우사업을 진행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 취임사에서 산업안전보건본부가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건강할 권리에 대한 배타적 옹호 기관이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요.
“배타적 옹호는 안전보건만큼은 다른 걸 개입시키지 말고 노동자 안전, 건강을 중심에 두자는 뜻이에요. 과거 안전보건 행정은 고용과 생산성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노사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안전보건이 노사관계에서 거래의 대상이 되는 건 문제입니다. 노조가 사용자의 산안법 위반 사례를 찾은 뒤 예방을 요구하는 대신 임금이나 복지 차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관행이 일부 사업장에서 있었습니다.”
-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올해 하반기 노사정이 산재 예방을 논의하는 ‘안전한 일터 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해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법 개정이 된다면 이 기구가 안전보건 문제에 다른 것을 개입시키지 않고 논의하는 틀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노사정 거버넌스로서의 안전한 일터 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산재 예방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산재 예방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 외교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행 구호선단에 참여하는 한국인 활동가 해초(본명 김아현·사진)의 여권 효력을 취소한 것에 대해 해초와 시민단체가 유엔에 긴급 진정을 냈다.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활동가들은 “공권력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해초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호소문을 보냈다.
해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호’(TMTG)는 지난 14일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한국 정부의 해초 활동가에 대한 여권반납명령 및 여권효력정지 조치는 국내법 및 국제규범 위반으로 인한 인권침해”라는 내용이 담긴 긴급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유엔 특별절차는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 및 감시하고, 성명 및 권고 등을 통해 해당 상황에 개입하는 독립 조직이다.
해초 등은 “정부의 여권 무효 조치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이번 조치는 해초를 ‘준국적박탈 상태’에 놓이게 해 이동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초는 지난해 가자지구로 향하는 배를 탔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고 사흘 만에 추방됐다. 해초는 다시 구호선단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출국했다. 외교부는 가자지구는 여권 사용 제한 지역이며, 출국할 경우 테러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말 해초에게 여권 반납을 명령했다. 해초는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는데 정해진 기간 명령에 따르지 않아 여권 효력이 취소됐다.
해초의 소송 대리인단은 외교부 명령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지난 4일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경우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초는 이날 이 대통령에게도 호소문을 보냈다. 해초는 “시민의 자유로운 탑승을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라며 “한 번 더 대통령께 요청한다. 한국의 여권법이라는, 시민 이동을 제한하는 법을 재고해주시고 한국 시민이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를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TMTG 한국지부는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 무효 조치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국민을 사실상의 무국적자로 만들어 더욱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보호의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엔 가자지구 집단학살 생존 아동 단체와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장기 수감됐던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가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대리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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