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미국 연수 중인 ‘김건희 무혐의 보고서’ 작성 검사 ‘피의자 입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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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이번 주 안으로 A검사의 피의자 입건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다. 특검은 A검사의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속 그에게 연락했지만, 지난 17일 A검사로부터 “가족들이 모두 나와 있고 자녀 학교 문제 등 상황으로 귀국하기 곤란하다”는 서면 답변을 받았다. 특검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보고 참고인 신분인 A검사를 피의자로 전환할지 검토 중이다. 특검은 단순 참고인이 아닌 만큼 A검사 조사와 관련해 법무부의 협조를 더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검사는 김 여사 무혐의 처분을 앞둔 2024년 10월 이창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서 내부 메신저로 “무죄 나오는 판례가 많은데 그런 것을 참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무혐의 처분을 담은 종합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부장검사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수사보고서 수정 업무도 담당했다. A검사는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예정돼 있던 미국 연수를 떠났다.
이번 수사는 검찰의 김 여사 무혐의 처분 경위 등을 규명하는 게 관건이다. 특검은 김 여사 무혐의 처분 직전인 2024년 9월 대검찰청이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식한 상태에서 계속 계좌를 적용했다면 방조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공범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 역할을 한 손모씨가 방조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자 이를 비교해 작성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쓴 검사도 현재 미국에서 연수 중인데, 특검은 이 검사에 대해선 서면 조사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이날 도이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당시 수사팀 관련자들의 메신저 로그기록과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작성기록 등 확보를 위해 대검 압수수색에 나섰다.
여론조사는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조사기관이나 방법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수치의 홍수 속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읽기란 쉽지 않다. 2005년 사이먼 잭맨 시드니대 명예교수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의 편차를 보정해 합치는 방법을 제시했다. 통계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각 여론조사기관의 과거 실적 등을 기반으로 가중치를 둔 뒤 종합한 수치를 발표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를 운영해 주목받기도 했다.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비슷한 방법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지난해 6월9일부터 올해 4월3일까지 조사·발표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346개를 종합·분석해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추정치를 산출했다. 그 결과 4월1일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추정치는 65.3%로 나왔다. 취임 초였던 지난해 7월 65.4%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중도층에서는 처음으로 70%를 넘기기도 했다. 4월3일 현재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8.4%, 국민의힘 지지율은 24.4%로 추정돼 각각 최고치와 최저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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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 기대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정 지지율은 이후 한풀 꺾인 뒤 크게 두 번의 재상승 구간이 있었다. 첫 번째는 1차 한·미 정상회담과 코스피 4000 돌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어졌던 지난해 8월 말에서 10월 말 사이다. 전후 7일치 지지율의 평균을 비교해보면 한·미 정상회담 전후 2.8%포인트, 코스피 4000 전후 3.1%포인트, APEC 이후 3.7%포인트가 올랐다. 경제지표 개선과 외교 성과가 맞물리면서 나온 상승으로 보인다.
두 번째 변곡점은 올해 2월 초부터다. 10대 그룹 270조원 지방투자 발표 전후 1.6%포인트, 코스피 6000 돌파 전후 1.9%포인트, 이 대통령이 자택을 매물로 내놓은 전후 0.8%포인트, 석유 최고가격제 첫 시행 전후 1.9%포인트가 상승했다.
정치 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실용주의적 문제 해결 리더십이 지금 시대 정서와 잘 맞는 것 같다”며 “정책 의제를 공론장에 제시하는 건 정당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인데 지금은 이 대통령만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지지율 상승은 역시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로 보인다”며 “한·미관계와 관련된 우려를 생각보다 잘 해결했다고 평가한 것 같고 주가 상승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정권 출범 이후 시행한 주요 정책, 발생한 사건들과 지지율 추이를 견주어보면 6·27 부동산 대책 전후 1.4%포인트가 상승하는 등 국정 수행 자체가 지지율을 견인한 사례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다만 모든 정책 시행 이후 상승이 있었던 건 아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상법 개정 전후에는 1%포인트, 0.9%포인트가 하락했다. 지지율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에 단순히 인과관계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추정치는 지난해 8월 41.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긍정 평가도 53.3%로 가장 낮았다. 취임 초 높은 기대감과 지지율이 자연스럽게 빠진 측면도 있지만, 당시 발표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한 광복절 특별사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면이 알려진 지난해 8월11일 전후 7일 평균을 비교하면 4.4%포인트가 하락했다. 비슷한 정치적 성격을 지닌 대장동 항소 포기(지난해 11월8일) 이후에도 1.4%포인트가 빠졌다.
국정 지지율 상승에는 중도·보수층의 영향이 컸다.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중도층의 국정 지지율 추정치는 마지막인 4월1일 현재 최고치인 70.2%를 기록해 65.3%인 전체 지지율보다 앞섰다. ‘무당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추정 지지율도 지난해 8월 30.1%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에는 53.3%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 추세다. 국정 지지율 조사에서 긍정과 부정이 아닌 ‘모름’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도 9.2%에서 가장 최근 5.6%까지 떨어졌다.
보수층의 국정 지지율 역시 42.2%로 중도층과 함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당별로 봐도 보수 성향 정당 지지층의 지지율 상승이 눈에 띈다. 한때 한 자릿수(8.2%)까지 떨어졌던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이 지난달에는 22.5%까지 상승했고, 개혁신당 지지층의 지지율도 지난해 8월 13.5%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57.6%까지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전까지 60% 안팎이던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가장 최근에는 53.5%까지 떨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민심 이동을 짐작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승찬 대표는 “당선 당시 절반에 못 미쳤던 득표율을 보면 관망하는 국민이 50% 정도 있었던 것인데, 그때와 비교해 15% 이상 지지가 늘어났다”며 “본래 지지했던 이들을 넘어 중도층에서도 두텁게 인정받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한울 원장은 “집권 초기에 반대층까지 지지율이 상승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기에 유권자 지형의 변화로까지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도 “개혁신당과 무당파 등 온건한 거부층에서 일관되게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기본적으로 뚜렷한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40~50대의 국정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50대에서는 78.5%, 40대에서는 78.1%의 추정 지지율이 나왔다. 20대는 49.4%로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20대는 한 번도 60%의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 70대 이상 62%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3월 56.2%로 최고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다시 6%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변동성이 큰 편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65.6%, 여성은 65.9%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저점이 여성보다 조금 더 낮아 낙폭이 컸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의 국정 지지율이 46.5%로 가장 낮았으나 여전히 50%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다. 정한울 원장은 “대구·경북에서의 지지율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며 “이 지역에서 절반 가까운 지지를 받는 걸 보면 보수 세력이 상당히 이탈한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지역들이 모두 계속 상승 추세지만, 대구·경북은 3월 중순 이후로 하락 추세인 점이 눈에 띈다. 부정 평가 역시 다시 상승 중이다. 이에 비해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수도권 지지율과 3%포인트 안팎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여전히 상승 추세다. 유승찬 대표는 “대구·경북 역시 경제활동의 중심인 40~50대들이 문제 해결과 실용주의적 리더십에 적극적으로 반응했을 수 있다”며 “어차피 민주당이 아니라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통적 보수와 친화적 모습을 보이는 건 회귀 본능만을 자극할 뿐으로 실용주의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당별 추정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은 4월3일 현재 48.4%, 국민의힘은 24.4%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났다. 각각 지난해 7월 49.9%, 21.8%로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두 정당의 현 지지율은 각기 여기에 근접했다. 무당층 추정치는 16.3%로 최저치인 13.5%에 비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각각 1.9%, 2.7%로 분석 기간 중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40~50대의 추정 지지율이 60%, 63%로 전체 지지율보다 높았다. 국민의힘은 60~70대에서 28.4%, 32.3%로 전체 추정 지지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20~30대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다소 앞서긴 했지만, 무당층 비율이 25.9%, 19.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국정 지지율 조사는 한국갤럽을 제외하고는 ‘매우 잘함’, ‘잘함’, ‘못함’, ‘매우 잘못함’의 4점 척도로 응답을 받는다. 긍정 비율은 ‘매우 잘함’과 ‘잘함’의 합으로, 부정 비율은 ‘못함’과 ‘매우 잘못함’의 합으로 구한다. 전체 추정 국정 지지율 상승에는 지난해 9월 29.8%까지 올라 최고점을 기록했던 ‘매우 잘못함’ 추정 비율이 18.7%까지 떨어졌고, ‘매우 잘함’ 역시 43.8%로 최저점보다 10%포인트 증가한 것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긍정 전체 내부 구성에 ‘매우 잘함’은 ‘잘함’(21.4%)의 두 배 이상이었다. 강성지지 혹은 반대층이 전체 평가의 판도를 좌우한 셈이다.
이는 이번 국정 지지율 추정 분석에 사용된 조사 중 62.6%가 자동응답(ARS) 방식을 사용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ARS 방식의 조사에서는 ‘매우 잘함’ 추정치가 47.9%였지만, 전화면접 방식에서는 40%였다. 반대로 ‘매우 잘못함’ 추정치는 ARS가 24.8%, 전화면접이 13.6%였다. ARS가 전화면접보다 평가 강도가 극단적으로 갈린 셈이다. ‘잘함’ 추정치를 보면 ARS는 13.2%, 전화면접이 30.7%였는데 상대적으로 전화면접에서 온건한 응답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추정 긍정 지지율은 전화면접이 70.1%, ARS는 61.2%로 전화면접에서 8.9%포인트나 더 높게 나왔다. 반대로 추정 부정 평가는 전화면접이 21.8%지만 ARS는 34.3%로 12.5%포인트가 낮았다. 전화면접 추정치는 대체로 평탄한 편이었지만, ARS 추정치는 출렁이는 경향이 컸다.
ARS는 흔히 정치적 고관여층의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승찬 대표는 “ARS는 중도층 응답이 낮은 만큼 체감 지지율은 전화면접이 더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한울 원장은 “정치적 고관여층은 입장이 뚜렷한 사람들이고, ARS 응답자 중에는 극단적인 지지나 반대층이 많아서 이들이 과대대표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무당층은 상당히 적어서 거의 추정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추정치를 보면 ARS의 무당층은 10.8%지만, 전화면접의 무당층 비율은 23.9%였다. 정당 지지율의 경우 민주당은 두 방식 모두 거의 차이가 없지만, 국민의힘은 ARS가 29.1%, 전화면접이 19.2%로 10%포인트가량 차이 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ARS에서는 과대표집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2003년이었다. 새내기였던 아이는 강의가 끝나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주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자기 문장에 문제는 없는지, 매번 소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마흔이 코앞이었는데도 그때의 나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법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불편했다. 친한 사람에게 먼저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본 적도 없었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빨갱이의 딸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나를 드러내지 않는 법을 익혔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법이라 관계에 서툰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어떤 상처가 남긴 흔적은 이렇게나 뿌리 깊어 삶 전체를 뒤흔들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마흔의 나는 그런 결핍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으므로 당연히 오만했다.
아이는 내가 계속 거리를 두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이건 그때의 내 생각일 뿐이다. 나중에 보니 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 딴에는 최선을 다해 조심했으리라) 다가왔다. 경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까워졌고, 때로 아이는 집 근처로 찾아오기도 했다. 시장 갈 때를 제외하면 집 밖에 잘 나다니지 않던 터라 나는 십 년 가까이 살았으면서도 동네의 식당이나 카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휴대전화 검색도 되지 않던 시절, 아이는 친구의 친구에게라도 물어 우리 동네의 맛있다는 식당이며 카페를 알아왔다. 처음 가는 곳을 지도도 없이 아이는 척척 찾아갔다. 아마도 나를 만나기 전에 미리 가본 것 같았다. 나를 찾아올 때마다 아이는 뭔가를 들고 왔다. 각종 화장품, 자잘한 소품들. 정확한 품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나 무심한 사람이다. 확실히 기억나는 선물은 발 매트다. 대체 이런 걸 왜 선물로 주는 건지 의아했고, 그래서 기억하는 모양이다. 나중에 들었다. 함께 걷던 중 내가 아 맞다, 발 매트 사야 되는데, 라고 두어 번 말을 했단다. 바빠서 못 사는 줄 알고 아이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발 매트를 사다준 것이다. 바빠서 못 산 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물건 사는 걸 귀찮아한다. 특히 인테리어용 소품은 절대 사지 않는다. 발 매트가 낡아서 새 걸 사는 게 좋았을 테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니 그냥저냥 지났을 게 분명하다. 아이의 다양한 선물을 받을 때마다 나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도대체 이런 걸 왜 선물하는 거야?
세상에. 마흔 무렵 내가 한 말에 환갑 지난 내가 다 낯이 뜨거웠다.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라면 그런 말을 듣고 다시는 선물 같은 거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아니 그런 말을 한 사람을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말을 듣고 괜찮았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하하 웃었다.
그러게요.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러게요, 라는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숨어 있을까. 그때 아이는 고작 스물, 스물하나였다. 아이는 나보다 더 세상에, 사람에 서툴렀을 것이다. 예쁜 소품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당연히 몰랐을 테지. 제 딴에는 내가 생각나서 집어 들었을 그 많은 선물을 나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이런 걸 왜 주니? 라는 차가운 말과 함께 냉담하게 받았다. 받지 않느니만 못하게. 그 무렵 아이는 많지 않았을 용돈의 상당한 양을 내게 썼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나이에. 그 돈이, 선물을 고르느라 썼을 그 시간이 나를 향한 아이의 마음이었다.
몇 달 전 아이가 다녀갔다.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아이는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사왔다. 이제는 내 취향을 잘 알아서 두부나 미역이 든 즉석 미소 수프와 사케. 그리고 액상 커피 프림. 프림을 보자마자 알았다. 구례 내려온 직후 한 제자가 돌체 구스토 커피 머신을 선물했다. 여기서는 커피 캡슐도, 액상 프림도 구하기 어려워 아이에게 몇 번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기계를 쓰지 않은 지 오래다. 아이도 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액상 프림을 보며 나를 떠올렸을 것이다. 아이가 가고 난 뒤 원두를 내려 오랜만에 액상 프림을 넣어 마셨다. 그래, 내가 이 맛을 좋아했었지. 지나간 것은 잊기 쉽다. 제 취향조차도. 그래도 잊지 않으련다. 발 매트를 사던 아이의 마음을, 그 마음조차 받을 줄 몰랐던 나의 어리석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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