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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증명하지 않아도 ‘강간’…강간죄 기준 통일하는 EU[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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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73회 작성일 26-05-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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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는 중요한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 원칙을 공통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47표, 반대 160표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사회적 변화의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논의의 불씨가 된 것은 바로 ‘지젤 펠리코’ 사건입니다.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집단 성폭행 사건인데요. 지젤의 남편은 음식과 음료에 약물을 타 아내가 의식을 잃게 만든 뒤, 10여년 동안 인터넷으로 모집한 50여명의 남성들에게 성폭행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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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법정 공방의 핵심은 ‘동의(consent)’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습니다. 프랑스의 기존 법 체계에서는 폭력, 협박, 강제, 기습 같은 물리적 강제력이 있어야 강간이 성립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지젤이 약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일부 변호인 측에서는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노(no)”라고 말하거나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동의가 없으면 강간’이라는 원칙을 법적으로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성적 관계에서의 동의는 폭력·권력관계·약물·수면·질병·장애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결국 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10월 법을 개정해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 없는 모든 성행위는 강간”이라고 정의를 바꿨습니다.
그동안 EU 회원국들은 강간 정의를 제각각 적용해왔습니다. 어떤 나라는 폭행이나 협박 같은 물리적 폭력이 있어야 강간으로 인정했습니다.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 등은 ‘노는 노(no means no)’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피해자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가 핵심이었던 겁니다.
반면 스웨덴·벨기에·덴마크·스페인·네덜란드 등은 ‘예스만 예스(only yes means yes)’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보는 방식입니다.
지젤 펠리코 사건은 유럽 전체에 ‘동의’ 개념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EU는 이번 결의안에서 “침묵, 저항의 부재, 과거의 동의나 관계 여부 등은 동의로 해석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에빈 인시르는 “이번 입법 추진은 성관계에서 ‘예스’만이 진정한 동의임을 보장하고, EU 내 모든 성폭력방지법이 동의 원칙에 기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여성이 저항하거나 상처를 보여야만 ‘노(no)’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의 부재’ 자체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U 차원에서 범죄를 공통 기준으로 규정하면 회원국 간 법적 차이가 줄어들고, 국가 간 수사와 판결 협력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강간죄가 EU 공통 기준에 포함되면 모든 회원국이 최소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법적 사각지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역시 더 일관되게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범죄 정의가 같아지면 피해자가 다른 EU 국가에서 범죄를 당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증거와 판결을 서로 인정하게 되면, 범죄자가 국경을 넘어 도주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커집니다.
피해자 지원 체계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법률 자문, 의료 지원, 전문 상담 등 다양한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모든 회원국이 일정 수준 이상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느 나라에 있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결국 시민들은 다른 EU 국가에서 생활할 때도 자신의 권리가 동일하게 보호된다는 신뢰를 갖게 됩니다. 이는 EU가 강조해온 “자유·안보·정의의 영역”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논란은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2024년 논의 당시 “강간죄는 EU 조약상 초국경 범죄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EU가 공통 형사 기준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형사법은 국가 주권의 핵심 영역인 만큼, EU가 유럽 전체에 적용되는 정의를 내릴 권한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의안 통과가 법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 인식 개선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성폭력 문화’는 성에 대한 해로운 고정관념과 잘못된 신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유지되고, 때로는 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진다”며 “이번 결의안은 이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법 조항 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성적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동의”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럽 전역에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EU 집행위원회가 실제 입법을 추진하는 일입니다. 과연 ‘지젤이 쏘아올린 공’은 유럽 전체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 백민정 기자 mj100@khan.kr
[여적] ‘예스 민즈 예스’
2024년 프랑스 사회는 남편이 건넨 약물로 의식을 잃고 50명의 남성에게 9년간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경악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아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항변했지만, 피해자인 지젤 펠리코는 “부끄러움은 가해자들 몫”이라며 이들을 법정에 세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의회는 폭력·협박이 있어야만 인정되던 강간죄를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으로 규정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피해자의 저항’이라는 낡은 신화를 거부한 사례는 스페인에도 있다. 2016년 한 축제에서 18세 여성을 남성 5명이 집단 성폭행한 ‘울프팩(늑대 무리)’ 사건이다. 1심 재판부가 “피해자가 항거 불가능할 정도의 폭력이 없었다”며 강간죄 대신 성적 학대죄를 적용하자 분노한 민심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강간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성관계 시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간주하는 ‘성적 동의에 관한 포괄적 법률’ 제정(2022년)의 동력이 됐다.
두 사례는 강간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전환을 의미한다.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가 핵심인 ‘노 민즈 노(No means no)’를 거부하고,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만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됐다고 보는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 원칙을 세운 것이다. 유럽연합도 지난 28일(현지시간)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며 이 원칙을 보편적 인권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강간죄는 73년째 ‘항거 불능’ 상태임을 증명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틀에 갇혀 있다. 법정은 피해자의 저항 여부를 따지는 심문장이 된 지 오래다.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수차례 폐기됐다. 유엔이 강간죄를 ‘동의 부재’로 정의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무고죄 남발 우려 등을 이유로 요지부동이다. 우리와 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이 2023년 ‘부동의 성교죄’를 신설한 것에 견주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국제사회의 변화는 강간죄 개정을 언제까지 유예할 것이냐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여성차별철폐협약 비준국인 한국이 인권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현실을 국회와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세상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
▼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han.kr
고 김창민 영화감독 상해치사 사건의 피의자 2명이 4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법정에 들어가기 전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날 심문에는 김 감독의 유족도 참석했다.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는 취재진을 만나 “지금은 할 말이 없고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보고 말하겠다”고 말했다.
피의자 이모씨(31)와 임모씨(31)는 지난해 10월20일 오전 1시쯤 경기 구리시 내 한 식당 앞에서 소음 문제로 다투던 김 감독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를 받는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은 당시 식사 도중 식당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들과 소음 등 문제로 시비와 몸싸움이 일어났고, 주먹으로 가격당한 김 감독은 바닥에 쓰러졌다. 이들의 다툼과 폭행 장면은 식당 안팎 CCTV에 담겼다. 당시 김 감독이 폭행당하는 모습을 함께 있던 발달장애 아들이 보고 소리를 질렀는데, 검찰은 이런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들에 대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김 감독은 폭행당한 뒤 정신을 잃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17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졌다. 이씨와 임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된다.
경찰은 사건 초기 김 감독을 폭행한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경찰은 이후 유가족의 요청과 검찰이 요구한 보완 수사를 통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지난달 구리경찰서로부터 김 감독의 상해치사 사건을 송치받은 뒤 검사 3명과 수사관 5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2013년 영화 <용의자> 소품 담당을 시작으로 <대장 김창수‘(2017)>, <마약왕(2018)> 등에서 작화팀으로 일했다. 이후 2016년 <그 누구의 딸>, 2019년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다.
기업이 1000원을 벌었다면, 사장이나 임직원, 주주는 대체 어떻게 나눠 가져야 맞을까, 또 미래 투자용 재원은 얼마를 남겨야 할까. 여기에 정답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보는 시선이 묘하다. ‘억대 연봉에 근무여건도 최고일 텐데, 굳이 파업까지?’라는 곱잖은 눈초리가 적잖다. 이에 언짢은 목소리들도 들린다. “하이닉스 수억원 성과급 받을 때는 ‘이공계가 살아야 한다’더니, 삼전 파업에는 욕만 달리네”…
나는 솔직히 파업 그 자체보다는 세간에 이목이 쏠리는 몇가지 주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더 궁금하다.
발단은 올 1분기 삼성전자(57조2000억원)와 SK하이닉스(37조6103억원)의 어마어마한 돈벌이다. 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무려 72%. 엔비디아(65%), TSMC(58%)조차 넘은 세계 신기록급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두 기업의 영업이익을 무려 542조원까지 내다봤다. 이는 어지간한 유럽이나 중남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마저 넘는 규모다.
사실 반도체 경기는 수년 뒤 어찌 될지 모른다. 1994년 즈음 반도체 초호황으로 축배를 들었지만, 1997년 갑자기 D램값이 폭락해버렸다. 내가 담당하던 시절 하이닉스도 ‘고난의 행군’ 중이었다. ‘치킨게임’ 와중에 월급도 제대로 못 주고 투자에 허리띠를 졸라야 했다. 당시 터널을 지나온 직원들이라면 특별히 더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게 옳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확실한데, 직원 보상은 1등이 아니라면 누가 회사에 남아 있겠습니까.” 파업집회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예전엔 ‘월화수목금금금’ 하며 일에만 몰두하면 알아서 승진이든, 연봉이든 챙겨준다고 믿고 따랐다. 그러나 MZ세대에겐 터무니없다. 요즘은 바로 다음달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태도로 임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성과급으로 1인당 6억~7억원도 가능하단다. 연봉 10억원 직원도 나올 수 있겠다. 의사 평균 수입(약 4억원)에 비춰, 국민경제 기여도를 감안하면 두 회사 직원은 꿀리지 않게 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들만의 밥그릇 챙기기로 끝난다면 어딘가 허전하다. 협력사들과도 이익을 적절히 배분한 뒤의 성과물인지도 따져보자. 비정규직과의 상생 등에도 더 관심을 보여달라면 과욕일까. 게다가 삼성전자는 동학개미 주주만 약 420만명인 ‘국민기업’이다. 배당과 주가 또한 중요 이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반도체 직원의 역사적 고액연봉이 ‘의대 쏠림 현상’에 일부 균열을 내려는 징조이다. 고3 등의 진로선택에서도 ‘이공계의 재발견’을 부르고 있단다.
1990년대 학번만 해도 ‘자연계 전교 1등=서울대 물리학과’는 국룰이었다. 고교 1년 때 내 짝꿍은 모의고사 전국 수석까지 찍은 수재다. 1학년 말에 총동문회에서 교무실로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놈은 서울법대 보내야 한다”며 인문계로 배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걔는 과학도의 꿈을 좇아 물리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난 짝꿍이 자랑스러웠다.
그뿐인가. 의대나 ‘인서울’을 뒤로한 채 경북대 전자공학과 등을 택한 친구들도 수두룩하다. 그이들이 오늘날 K반도체를 일군 주인공이다.
부디 이번 고액 성과급 이슈가 유능한 후학들을 이공계로 이끄는 결실로 맺어지길 빈다. 인생 돌아보니 별것 없다. 하고픈 일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돈맛만 알아서 ‘포르셰 911 GT3’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탄다고 곧 인정받는 건 아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삼성전자 ‘실적 잔치 소란’에 훈수를 둔 모양이다. 그보다는 나라의 동량(棟梁)들을 어찌 대우하고, 키울지부터 모색하길 바란다. 국가에는 사회적 자원을 배분할 힘과 책임이 있다. 장학금 등 의대 지원은 대폭 없애라. 대신 이공계 인재는 돈 한 푼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하게끔 팍팍 밀어주자.
AI 연산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효과적이란 사실을 22년 전 처음 알아낸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오경수·정기철 숭실대 교수였다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참과학자가 대우받지 못한 채, 돈벌이용 ‘미용공장들’부터 인재가 채워지는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예수를 참칭하는 어떤 이가 설쳐대는 ‘국제적 대혼돈의 시대’다. 난세에 우리가 이만큼 버티는 건 정유·화학부터 조선, 2차전지, 반도체까지 이공계 실력자들이 불철주야 애써온 덕 아닌가. ‘사회 혼란’ 운운하기 전, 이들이 제 몫을 받도록 만드는 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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